Yellow Potato’s Toxic Lab

단 1g만으로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맹독이 인류에게 희망을 준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아십니까? 일상 속에 숨겨진 맹독의 두 얼굴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 2025. 5. 20.

    by. YP_Toxic Doctor

    목차

      독으로 벌인 정보전의 이면

      20세기 냉전은 단순한 군비 경쟁이나 이념 대립을 넘어, 정보기관 간의 치열한 암투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무기가 바로 '독' 이었다.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와 구소련의 KGB(Committee for State Security) 는 각각 자국의 이익과 정보를 지키기 위해, 정적 암살, 고위 탈북자 제압, 간첩 제거 등의 임무에서 독극물을 무기화했다. 이들 기관은 국제법의 사각지대에서 생화학 무기, 희귀 독소, 변형 약물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존재를 지우거나 경고를 전달했다.

      비밀리에 수행된 독살 작전은 공공연히 인정되지 않지만, 일부 사건은 국제적 조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으며, 그 수법은 과학수사와 법의학, 국제 외교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본 글에서는 CIA와 KGB가사용한 주요 독소의 구조와 작용 원리, 실제 사건,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윤리와 국제 안보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각주:1]

      비밀 병기의 생화학적 정체

      CIA와 KGB가 사용한 독소는 주로 신경계 억제제, 혈류 장애 유발 물질, 세포 독소 등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CIA는 냉전 시기 리신(Ricin)사이안화물(cyanide) 을 주요 무기로 실험했고, 이들은 단 몇 mg으로도 세포 호흡을 저해하거나 단백질 합성을 차단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리신은 리시너스(피마자) 씨앗에서 추출되며, 세포 내 리보솜의 60S 소단위에 작용해 mRNA 번역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각주:2]

      한편 KGB는 폴로늄-210(polonium-210), 탈륨(thallium), 디곡신(digoxin) 등의 독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살해는 극미량으로도 수일 내 신경계 붕괴, 골수 억제, 장기 기능 마비를 유발한다. 폴로늄-210은 α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로, 체내 흡수 시 국소 장기 세포 파괴와 DNA 손상을 초래한다. 이들 독소는 대부분 지용성, 무색무취, 빠른 흡수 등의 특성을 지녀, 외부에서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각주:3]

      또한 이들 기관은 주사기 형태의 암살 펜, 접촉형 물질, 독극물 주입된 물품(컵, 칫솔 등) 을 사용해 목표 인물에게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노출을 유도했다. 과학수사 기술이 발달한 현재와 달리, 당시에는 정밀한 독소 분석이 어려워 사망 원인을 자연사나 심장마비로 위장하는 사례도 많았다.

      밝혀진 작전과 국제 사회의 충격

      가장 널리 알려진 KGB의 독살 사례는 2006년 영국에서 발생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Alexander Litvinenko) 암살 사건이다. 그는 러시아 FSB(구 KGB) 출신 내부 고발자로, 런던에서 차에 섞인 폴로늄-210을 섭취한 뒤 3주에 걸쳐 점진적인 골수파괴, 면역 기능 상실,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방사성 동위원소의 암살 무기화에 대한 국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각주:4]

      CIA의 경우, 명확히 입증된 사례는 드물지만, 1960년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암살 시도와 관련된 문건이 다수 공개되었다. 당시 CIA는 독극물 담배, 감염된 잠수복, 독성 음료수 등을 이용해 카스트로 암살을 시도했고, 일부 문서에서는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사이안화물 약품의 투입 계획이 존재했다. 이는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를 동시에 활용하려는 시도로, 생물학적 테러의 초기 사례로도 언급된다.

      또한 1978년 런던에서 발생한 불가리아 디시던트 저널리스트 게오르기 마르코프(Georgi Markov) 독살 사건도 KGB 연계가 의심되며 유명하다. 그는 템스 강 다리 위에서 우산 끝에 장착된 주사기로 리신을 주입당했고, 수일 내 전신 쇼크로 사망했다. 부검 결과, 허벅지에서 작은 금속 펠릿이 발견되었으며, 리신이 주입된 흔적이 포착되었다.

      과학과 윤리, 경계의 문제

      이러한 독살 작전은 단순한 첩보전의 일부가 아니라, 국제법·윤리·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독극물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으며, 이는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 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첨단 생화학 기술이 무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특정 인물에 그치지 않고 주변 민간인, 의료진, 환경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생물무기금지협약(BWC) 등이 존재하지만, 이들 사건은 국가 차원의 비공식 작전이 국제 감시체계를 회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과학자, 외교관, 정보기관 종사자 모두가 윤리적 기준과 국제적 감시의 강화에 협력해야 한다.

      더불어 현대 사회는 AI 분석, 생화학 감지기술, 지능형 약물 탐지 시스템 등 과학기술과 수사의 융합을 통해 비밀 범죄를 규명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과학을 무기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와 투명성이다. 과거의 독살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그 재현을 막는 것은 현재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참고 문헌

      1. CIA & KGB Archives. (2010). Declassified files on covert operations. National Security Archive.
      2. Audi J, Belson M, Patel M, Schier J, Osterloh J. (2005). Ricin poisoning: a comprehensive review. JAMA. [PubMed PMID: 16174679]
      3. Mettler FA Jr, et al. (2013). Health effects of polonium-210. Radiology. [PubMed PMID: 24042009]
      4. Ranstorp M, Hynek N. (2007). Litvinenko case: Toxic agents and modern statecraft.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PubMed PMID: 18411972]
      1. CIA & KGB Archives. (2010). Declassified files on covert operations. National Security Archive. [본문으로]
      2. Audi J, Belson M, Patel M, Schier J, Osterloh J. (2005). Ricin poisoning: a comprehensive review. JAMA. [PubMed PMID: 16174679] [본문으로]
      3. Mettler FA Jr, et al. (2013). Health effects of polonium-210. Radiology. [PubMed PMID: 24042009] [본문으로]
      4. Ranstorp M, Hynek N. (2007). Litvinenko case: Toxic agents and modern statecraft.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PubMed PMID: 18411972] [본문으로]